철강은 세계 11%, 국내 17.8%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다배출 업종이다. 주요한 철강 생산 방식인 고로 공정의 온실가스 집약도가 높아 탈탄소 전환이 시급하다. 그린철강 수요가 2030년까지 약 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혁신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국내 철강 산업의 친환경 전환 경쟁력은 열위로 평가되며, 보호 무역주의와 탄소 규제 확산 속에서 탄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요구된다.
철강기업의 기후행동 지수 평가를 위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백만톤 이상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4개사를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책임성(온실가스 배출량), 효과성(온실가스 감축률), 효율성(온실가스 집약도 개선), 적극성(감축 목표), 투명성(정보 공개), 그리고 철강 업종 특성(전기로 생산비율, 저탄소 설비 투자 및 공정 전환 계획,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등 총 6개 영역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종합 평가 결과, 세아베스틸이 64점(보통)으로 가장 높았으며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각각 51점, 48점(미흡)을 나타냈다. 현대제철은 39점(매우 미흡)으로 평가됐으며, ‘우수’(80점 이상)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다.
주요 평가 결과
철강사의 온실가스 집약도 개선 부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현대제철 온실가스 집약도는 1.35tCO2/t에서 1.45tCO2t/t으로 7.4%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전략에서 전기로 활용 확대를 내세웠지만, 실제 전기로 생산 비율은 2020년 37%에서 2024년 31%로 하락한 반면 온실가스 집약도가 높은 고로의 생산 비율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조강 생산량은 7.6% 감소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 온실가스 배출량은 15.3% 감소했다. 이는 동국제강의 온실가스 집약도 개선이 미흡한 가운데 조강 생산량이 4개사 중 가장 큰 폭이었던 18% 감소한 것이 주요하다고 분석된다.
세아베스틸의 온실가스 집약도는 5.7%, 포스코는 3.8% 감소했다. 다만 이는 국제에너지기구가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철강의 온실가스 집약도 감축 경로로 제시한 7% 수준보다는 저조했다.
철강사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흡, 과학기반감축목표 인증 기업도 전무
4개사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0~12%로, 국제기구 권고나 해외 철강사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 넷제로 시나리오는 철강 부문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24% 감축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은 2030년까지 30% 이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0% 감축, 타타스틸 유럽은 30~40% 감축, 일본제철은 2013년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SSAB, 티센크루프 등 해외 철강사는 과학기반감축목표(SBTi) 인증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했지만, 과학기반감축목표 인증을 받은 국내 철강사는 전무했다.
최근 생산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동반 하락해 이미 2030년 목표 달성·근접
2024년 동국제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만tCO2로, 2018년 기준 배출량(164만tCO2) 대비 21% 감소했다. 이는 동국제강은 2030년 목표인 148만tCO2을 하회한 수준이다.
세아베스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2030년 목표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포스코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준 대비 9.5% 감소해, 2030년 10% 감축 목표에 근접했다.
철강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목표를 이미 하회했거나 근접했음에도, 이에 대한 평가와 목표 강화 방안에 대한 시사는 없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 착수했지만, 전기로 등 중간기술 투자 확대 필요
수소환원제철 기술실증과 전기로와 같은 저탄소 설비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은 긍정적이다. 다만 전기로 비율이 낮은 포스코의 전기로 건설이 1기에 그치고 있고 현대제철도 2030년까지 신설하겠다는 ‘신 전기로’ 계획이 불투명해 저탄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로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탄소집약 설비인 고로의 감축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철강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24년 평균 0.1%로 매우 저조
전기로 철강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상대적인 진전을 나타냈다. 2024년 세아베스틸은 1만4,352MWh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력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0.4%로 나타났다. 이는 4개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이며 동국제강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은 0.2%에 해당했다.
포스코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0.01% 수준이었고, 국내 3위 전력다소비 업체인 현대제철은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이 미미하지만,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한 기업은 드물었다. 세아베스틸의 2030년까지 100MW의 신재생에너지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유일했다.
제안
기업 기후행동평가를 기반으로, 철강 기업에 중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과학 기반으로 재설정하고, 온실가스 집약도 목표 수립 및 이행 관리를 강화하며, 녹색철강 생산 설비 및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 정책으로는 2035 국가 감축목표(NDC)에 철강 부문의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탄소중립 설비 투자 확대 및 탄소 세제 강화를 통한 재원 확보,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및 기반시설 지원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