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에너지 쇼크와 재생에너지 경제적 편익

브리프

지정학적 에너지 쇼크와 재생에너지 경제적 편익

2022년-2026년 지정학적 위기 속 국내 전력 믹스 변화와 화석연료 구입비 절감 효과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대응 양상

지정학적 에너지 쇼크의 재발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미-이란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4년 만에 재발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위기이다.
이번 사태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가해진 가장 심각한 공급망 충격으로 평가받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중동 천연가스 및 석유의 생산·수송 차질로 인해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LNG) 도입 단가가 폭등하였으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국가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 우려로 인해 단기간 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 후 현재까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 원유 선물 가격은 높은 변동성을 유지하며 상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러한 석유 가격의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및 화학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생산 원가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고 있다.
9월 현재, 동북아 LNG 스팟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23 USD/MMBtu를 초과해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8% 폭등한 수준으로, 중동발 수급 불안이 한국과 일본 등 해외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북아 국가의 에너지 안보와 도매 전력 가격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주요국의 에너지 충격 완화 사례

글로벌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설비와 유연성 자원의 과감한 확충을 통해 지정학적 가스 및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에너지 안보의 해법을 실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외부 에너지 수급 리스크 관련 도매 전력 가격을 안정시키고 국가적 화석연료 수입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강력한 경제적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범 사례들은 에너지 전환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국가 경제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
풍력·태양광의 화석연료 역전: 2025~2026년 EU 27개국 중 14개국에서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이 화석연료 전체 발전량을 상회하였으며, 풍력과 태양광은 EU 전체 전력 비중의 30%(태양광 369 TWh, 전년 대비 +20.1% 성장)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29%)를 앞질렀다.
가스 쇼크 방파제 및 290억 유로 절감: 유럽환경청(EEA)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적 가스 가격 급등 시기 동안 재생에너지 확충 덕분에 EU 전력 소비자는 4월 중순까지만 약 290억 유로(약 42조 원)의 도매 전력 구입 비용을 절감하는 ‘가격 완충(Shock Absorber)’ 효과를 누렸다.

재생에너지 자립도에 따른 도매가 차별화: 2026년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재생에너지/무탄소 전력 비중이 79%에 달하는 스페인의 경우 가스 발전기가 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시간 비중이 9~15%에 불과하여 평균 도매가격이 43 EUR/MWh 수준으로 대폭 낮게 유지됐다.
반면, 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가스 가격 결정 비중 66~89%)와 폴란드(63%)는 가스 가격 변동성에 노출되어 도매가격이 각각 127EUR/MWh 및 115EUR/MWh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높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화석연료 수입 비용 절감 효과: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 이후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저장장치(ESS)의 급격한 확대를 통해 2026년 3월부터 7월 사이에만 화석연료 수입 비용을 약 80억 달러 절감하였다.
원유 수요 구조적 대체 및 정점 통과: 수송 부문 전기화 등을 통해 일일 약 100만 배럴의 원유 수요를 대체하면서,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는 중국의 원유 소비 정점이 당초 예상(2027년)보다 앞당겨진 2025년에 이미 통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최대 청정 설비 및 ESS 구축: BNEF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설비 증설(2025년 기준 태양광 및 풍력 약 800GW 이상 신규 설치, 전 세계 증설 규모의 약 60% 차지)과 배터리 저장장치(ESS)의 비약적 확충(2025년 글로벌 신규 배터리 저장장치의 약 60% 설치, 전년 대비 84% 증가)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자립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화석연료 소비 구조적 억제: Ember(2026)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력뿐만 아니라 산업 및 운송 부문 전반에서 전기화를 가속화하며 화석연료 소비를 구조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 산업 부문 화석연료 정점 통과: 추적 대상 11개 산업 부문 중 8개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이미 정점을 통과하였다. 최고치 대비 화석연료 채굴 71%, 운송장비 52%, 식음료 부문에서 26% 감소를 기록하는 등 탈화석연료 전환이 뚜렷하다.
  • 경공업 중심의 전기화 진전: 기계, 전자, 섬유 등 주요 경공업 제조 부문에서는 전력이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4분의 3(75%)을 충당하고 있으며, 금속붕제련 및 비금속 광물 등 에너지 집약적 중공업 분야로도 전기화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 운송 부문 전기화 및 석유 대체: 2026년 6월 기준 전기 승용차 신차 판매 비중이 67%에 달하였고, 2025년 신규 트럭 판매 중 전기트럭 비중이 26%까지 급증하였다. 이러한 수송 전기화를 통해 일일 약 100만 배럴의 원유 수요를 대체하는 실질적인 석유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호주
지붕 태양광 및 BESS 폭발적 보급: 호주 청정에너지규제청(CER)에 따르면, 2025년 지붕 태양광 설치 용량은 28.3GW로 세계 최고 수준의 보급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리드급 배터리 저장장치(Grid-scale BESS, 9,000 MW/12,000 MWh 이상 운영) 확충을 통해 고비용 화력(석탄·가스) 발전의 피크 가격 결정력을 원천적으로 약화시켰다.
가스 발전 대체 및 도매가격 47% 하락: 호주 국립전력시장(NEM)에서 BESS 방전 전력은 저녁 피크 시간대(16:00~21:00) 가격 결정 비중의 46%를 점유하며 기존 가스 및 수력 발전을 대폭 대체하였고, 이에 따라 NEM 평균 도매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7% 하락(74 AUD/MWh)하여 외부 지정학적 연료 shock에 완벽한 방어력을 시범해 보였다.

한국의 전력 시장 취약성 및 분석 배경
한국은 화석연료를 거의 전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본 브리프는 2026년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 5개월간(2026년 3~7월)의 국내 발전량 실적 데이터를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직후 동 기간(2022년 3~7월)과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간 확장된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가 고비용 해외 화석연료 수입을 얼마나 대체하였는지, 그리고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구입비 절감 및 도매가격(SMP) 안정에 어떠한 경제적 편익을 발생시켰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전력 믹스 변화

전쟁 직후 5개월간(3~7월) 총 발전량은 2022년 243,285 GWh에서 2026년 242,212 GWh로 -0.4%(-1,073 GWh) 소폭 감소하여 전체 전력 수요 규모는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및 구성은 현격한 변화를 나타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2026년 3~7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2년 동 기간 대비 43~44% 수준인 9,913~10,065 GWh 증가하였다.
이 중 태양광, 바이오, 풍력 등 재생에너지 증가량은 8,531 GWh를 나타냈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은 13,098 GWh에서 8,020GWh 늘어난 21,118 GWh를 기록했고 (61.2% 증가), 신재생에너지 전체 증가량의 약 80%를 담당했다.

가스·석탄 발전 대체 효과
2022년 대비 2026년 화석연료 발전량(석탄 + LNG)은 총 144,976 GWh에서 135,034 GWh로 -9,942 GWh (-6.9%) 감소하였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증가분(+8,531 GWh)은 화석연료 발전 감축량(-9,942 GWh)의 상당량과 대응한다. 이는 2026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의 확충이 고비용 해외 가스 발전(-5,384 GWh)과 석탄 발전(-4,558 GWh)을 직접적으로 대체(Displacement)하는 효과를 나타냈고, 이에 따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59.6%에서 55.7%로 3.9%p 하락했다.

석탄발전량 반등 추세 및 탈석탄 정책과의 상충 리스크
분석 기간인 2022 3~7월 대비 2026년 동 기간의 석탄발전량은 감소했지만, 최근 석탄발전량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상충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정부 탈석탄 정책 이후 석탄발전량 추이 및 2025년 반등: 정부의 탈석탄 정책 추진에 따라 국내 연간 석탄발전량은 2021년 197,966 GWh에서 2022년 193,231 GWh, 2023년 184,927 GWh, 2024년 167,152 GWh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삼척블루파워 2호기(1,050MW) 가동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상업운전 영향으로 2025년 연간 석탄발전량은 170,828 GWh로 전년 대비 2.2% 상승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6년 1~7월 석탄발전량의 지속적 증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 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2026년 1~7월 누적 석탄발전량은 101,984 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2025년 1~7월 86,704 GWh) 대비 약 17.6% (+15,280 GWh) 급증하였다. 이와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석탄발전량은 지난해 수준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2040 탈석탄 목표와의 상충 및 지정학 리스크: 미-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가스(LNG) 가격 폭등 및 수급 불안 여파로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지가 지연되는 등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석탄발전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정부의 2040년 탈석탄 목표 및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 기조와 상충되는 흐름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및 에너지 전환에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경제적 편익

전력시장 발전원별 구입실적 및 화석연료 구입비 절감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시장 원별 구입실적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가스 및 석탄 발전 대체는 막대한 전력구입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석탄발전과 가스 발전의 감소는 전력 구입비와 구입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LNG 전력 구입비 절감액: 2022년 13조 2,306억 원에서 2026년 10조 897억 원으로 3조 1,409억 원 (-23.7%) 대폭 절감하였다.
유연탄 전력 구입비 절감액: 2022년 10조 6,523억 원에서 2026년 9조 3,784억 원으로 1조 2,739억 원 (-12.0%) 절감하였다.
총 화석연료 전력구입비 절감 편익: 5개월간 4조 4,148억 원의 직접적인 전력구입비를 절감하였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인한 늘어난 구입금액은 소비자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제외하면 184억원 증가에 그쳤다.
화석연료 전력의 구입량이 감소되면서 이러한수요 감소로 인해 과거에 비해 더 낮은 구입단가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계통한계가격(SMP) 및 전력 도매가 안정을 통한 한전 재무 충격 완화
국제 가스 단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전력 도매가격(SMP)의 폭등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였다.
2026년 3~7월 평균 SMP는 119.63원/kWh로 2022년 동 기간(163.35원/kWh) 대비 43.72원/kWh (-26.8%) 하락 및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한계 발전기인 LNG 발전기의 가격 결정 기여율을 낮추고, 태양광 발전의 주간 한계가격 인하 효과(Merit Order Effect)가 작용한 덕분이다.

시간대별 SMP 0원 이하 가격 발생 현황: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주간 시간대(특히 11시~15시)를 중심으로 계통한계가격(SMP)이 0원 이하로 하락하는 현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에서 이러한 현상은 최근 더 뚜렷하게 나타나며, 육지 계통에서도 유사한 경향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력 도매가격의 인하 및 안정화 효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간 잉여 전력을 흡수하고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저장장치(ESS) 및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 확충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화와 함께 ESS 확충도 더 시급해졌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ESS 필요물량을 4GW로 전망했고, 양수를 포함해 5.2GW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전력거래소는 2026년 5월 수립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태양광 설비가 11차 전기본보다 약 55%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ESS 용량은 19.5GW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론 및 정책 제언

태양광 및 풍력 인프라 확대 가속화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 증가는 미-이란 전쟁로 인한 고비용 해외 LNG 및 석탄 발전을 직접 대체하여 5개월간 2022년 대비 약 4.4조 원의 전력구입비 절감 및 SMP 안정 효과로 이어졌다.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비한 근본적 방어막으로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의 보급 가속화가 시급하다.

유연성 자원(ESS 및 그리드) 및 섹터커플링 확충
전력망 유연성 확보 및 출력제어 완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호남 및 제주 등 주요 지역에서 발생하는 출력제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저장장치(BESS) 등 계통 유연성 자원을 선제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섹터커플링(P2X) 및 통합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 잉여 재생전력을 열, 수소, 전기차 충전 등으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섹터커플링 기술을 도입하고 전력망 인프라 고도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탈석탄·탈LNG 경로 강화 및 신규 LNG발전 진입 제한
석탄발전량 반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선제 평가: 석탄발전량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평가하고, 석탄발전의 추가적 가동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노후 석탄화력 폐쇄 일정을 포함한 2040 탈석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한 LNG 추가 리스크 반영 및 신규 진입 제한: 지정학적 위기 시 LNG 도입 단가 폭등으로 인한 도매 전력가 상승 및 한전 재무 리스크가 증대되는 만큼, 대규모 LNG 신규 발전의 진입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 경로를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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