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12차 전기본은 어디로 가는가

전력수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4월 기후부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요 전망을 공개했다. 가장 핵심은 첨단산업, 데이터센터, 전기화로 인한 ‘추가수요’ 규모였다. 추세를 반영한 모형수요는 11차 수요에 비해 하회하거나 둔화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12차 수요 전망에서 첨단산업(반도체)의 추가 수요는 4GW, 데이터센터 4GW로 제시됐다.

불과 2개월 지난 6월 말,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추가 수요 24.7GW 규모를 제시했다(AI데이터센터 18.4GW,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6.3GW). 앞서 몇 개월간 위원회 운영을 통해 12차 전기본의 2040년 최대 전력수요를 132~138GW로 제시했는데, 그 20%에 상당하는 대규모 추가 전력수요 계획이 새롭게 제시됐다. 정책 통합성과 예측 가능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기후부는 비공개, 불투명성으로 인해 비판 받아왔던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의 투명성을 12차 전기본부터 개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과거와 달리 미리 목표 수치를 정하지 않고, 수요 전망부터 국민과 함께 논의하는 투명한 절차를 만들겠다고 했다. 위원회 내부에 투명성 소위를 신설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모형과 데이터의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메가프로젝트’로 인한 추가 전력수요 역시 기업발 정보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 목표와 에너지 전환 원칙 후퇴 방지

최근 메가프로젝트 발표 후 대규모 추가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가용한 발전원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계통 병목 현상을 겪는 호남권에 전력수요를 배치하자는 구상은 당초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는 것이었지만, 수도권 반도체 산단을 호남권 등으로 대체하거나 재배치하는 방안도 아니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를 위해 전통 전원 사용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까지 제기된다.

용인 반도체 산단을 위해 3GW LNG발전소가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서남권 반도체 거점에도 LNG발전이 필요하고 광주 팹에 LNG복합발전 신설 방안이 거론되는 형국이다. 5월 국회를 통과한 AI데이터센터법에서 LNG 직접구매계약 부분은 진통 끝에 제외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은 물론, 신규 원전 추진에 대한 산업계 여론까지 제기되면서 정부도 이에 대한 고려하겠다고 시사하며 논란은 확장되고 있다.

GS그룹 등 강원 동해에 2.4GW 규모 데이터센터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송전 제약으로 가동률이 낮은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기의 운영 확대로 귀결될 것이다.

추가 전력수요 수급을 위해서는 원전, 석탄, 가스 등 전통 전원으로의 회귀도 불가피하다는 방향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 기후부가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겠다는 기조와는 상충된다.

12차 전기본에서 전력수요를 기준과 상향의 복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어느 시나리오든, 이는 지난해 말 도출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NDC가 정부정책의 최상위 목표임을 재환기하고, 재생에너지의 계획적 확대 목표를 기반으로 추가 전력의 ‘적정 수요’를 연계시켜야 한다.

과도한 수요 전망 개선

앞서 12차 전기본 추가 전력수요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전기화’로, 이 중 수소(33.2TWh), 산업(31.5TWh), 건물 부문(27.4TWh)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세부 근거와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아 신뢰도 확보를 위한 정보 공개와 검증이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수소 부문의 전력수요가 이에 해당한다. 발전부문에서 ‘청정수소 발전을 선제 반영’했다고 제시됐는데, 화력발전의 청정수소 전환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인데 과대평가된 것인지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당장 기후부는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물량을 500GWh로 예고했는데, 현행 고시 수준보다 1/6로 축소된 규모다.

LNG 발전 사업자도 당장 청정수소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 현재 건설 또는 계획 중인 신규 LNG 복합발전이나 열병합발전소 사업자는 현재 수소 혼소 사례도 없고 향후에도 기술개발 등 불확실성이 커 불명확한 계획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국내 청정수소는 가격이 높은 가운데 수소환원제철 등 산업 부문의 우선 수요를 고려하면 발전 부문의 활용 여부는 미지수다. 명확한 국내 청정수소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는 신규 화력발전의 추가 금지를 정책의 원칙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건물 히트펌프 보급은 바람직하지만, 전력수요가 약 2배 이상 과다 예측됐다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했다(에너지경제연구원).

12차 전기본 수요 전망에서 반도체 관련 기업의 전기사용신청 여부에 따른 가중치를 둔 것이 유일하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수소, 건물, CCUS 등 확실성과 불확실성을 나눠서 평가하는 기준을 고도화하고, 불확실한 수요에 대해서는 별도 시나리오나 가중치를 통해 과도한 전력수요 전망의 폐해를 방지해야 한다.

2026년 7월 16일 개최된 ‘AI·반도체 시대, 국가 수요예측을 다시 묻다 – 전력과 물의 수급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라운드테이블(국회의원 서왕진·염태영·정혜경, 기후대응물정책연구단,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적응사회포럼, 물개혁포럼, 에너지전환포럼, 환경운동연합 공동주최)에서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의 패널 토론문

위로 스크롤